내가 마주친 알레스카 사람들은 친절하지 않았다. 일반 마트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눈만 마주쳐도 웃으면서 인사하고, 굉장히 친절하던데, 내가 갔던 관광지에서 마주친 알레스카 사람들은 모두다 나에게 화가 난 것 같이 행동했다. 그 중 가장 심했던 곳이 체나 핫스프링스 리조트!!
이 곳은 내가 정말 많이 기대를 한 곳이었다. 무한도전에도 나왔다고 하고, 코로나 때문에 온천, 목욕탕 등등 전혀 못간지 거의 2년?이 넘다 보니 야외 온천이 너무나 가고 싶었다. 특히 알레스카 날씨가 여름이긴 했지만 남캘리에 비교하면 쌀쌀한 편이었으니까.. 뜨끈하게 온천에서 몸을 지지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서 굳이.. 굳이.. 그 아무것도 없고 딸랑 온천 하나 있는 체나 핫스프링스 리조트를 거의 6시간을 운전해서 갔다.
그리고 들어간 리조트.. 이건 뭐 이름만 리조트지, 제대로 된 시설이 아니었다.
방은 정말 좁고 노후했고, 헤어드라이어는 고장나 있었고, 화장실도 정말 좁았으며 세면대는.. 더 말하지 않겠다.
시설 후졌다.
그래.. 시설 후져도 괜찮았다. 뭐 온천하러 온 거니까.. 온천만 하면 되지..
온천은 낫겠지..하면서 들어가면, 온천은 들어가자마자 흠.. 내가 수영장에 잘못 온건가? 싶을 정도로 한국 동네 수영장 락커룸이랑 비슷하다. 정말 동네 수영장 락커룸.. 거기서 수영장을 지나서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야외 온천이 있다. 그렇게 넓지도 않고, 물이 뜨겁지도 않다(중간 중간 돌 사이에서 뜨거운 물이 나온다. 그 스팟에 가있으면 무자게 뜨겁다. 들어가서 걸어서 온천을 한바퀴 빙 둘러보면 자기한테 적당한 온도의 스팟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처럼 온천물 안에 의자 같은 것이 없어서 그냥 계속 서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참 불평이 많았는데... 온천물에 들어간 순간... 나는 불평을 잃었다.. 위에는 알레스카의 상쾌한 공기와 아래는 뜨거운 온천물이 내 몸을 감싸고 있으니 정말.. 너무 행복했었다. 평소 같으면 20분 정도 있다가 바로 나와서 그냥 숙소로 갔을텐데, 그날 따라 날씨가 좋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6시간 달려서 여기까지 온천하러 왔다는 사실 때문인지 정말 1시간 넘게 온천에서 서있었다.
*아! 다들 알겠지만, 여기 수영복 입고 들어가야 한다!! 수영복 준비 필수!!
온천에서 몸을 지지고(사우나 없음, 헤어드라이어 없음, 그냥 수건만 준다고 생각하면 됨),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남편한테 오늘 저녁에 오로라를 꼭 보자고 졸라댔다.
사실 온천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 남편한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나도 억울하기도 해서, 오로라 앱을 부랴부랴 깔아서 언제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를 체크했다.
(이놈에 리조트 숙소는 와이파이도 안된다. 그냥 핸드폰 못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오로라는 내가 있었던 8월 중순에는 잘 나오지 않고, 겨울에 잘 보인다고 했는데 그날 오로라 앱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20%라고 해서..
하도 인터넷도 안터지고,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스팟을 알라보려고 리조트 리셉션으로 갔다. 가서 직원한테 혹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직원은 나에게 퉁명스럽게 오로라는 어디서든 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는 '아.. 그래.. 하아.. 오로라 당연히 어디서든 보이지.. 근데 그거 잘 보이는 곳을 알려달라는 건데..'라고 생각했지만, 영어가 짧고 부탁하는 상황임으로 웃음을 잃지 않고, 그래도 조금 잘 나타나는 곳 없냐고 물어봤더니 직원이 거의 뭐 분노 지글지글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한참 쫄은 나는 '땡큐'하고 바로 리셉션을 벗어났다. 사실 저 직원 말고 체크인을 하면서 느림보 거북이 직원한테 동일한 것을 물어봤을 때 그 직원이 나에게 알려준 곳이 있었다. 그때는 온천할 생각으로 그걸 적어놓지 않았어서.. 거북이 직원이 말한 곳을 물어본 건데..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ㅎㅎㅎ
아무튼 그 무서운 직원을 피해서 그냥 한 없이 남편이랑 리조트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저녁 12시가 되니 정말 깜깜해졌고, 저번에 무소를 직접 보고 나니 이 곳 근처에도 야생동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녁 1시쯤에 그냥 들어와서 창밖을 보다가 잠들었다.
여기 체나 핫스프링스 리조트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맞다고 한다(인터넷 상으로). 나는 오로라 볼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스팟이나 위치나 이런걸 잘 안알아봐서 보지를 못했지만, 이 온천을 들르는 사람들은 제대로 알아보고 가서 오로라도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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